Pilgrim • Baekja An open circuit of becoming.
”현재에 응답하는 것은 하나의 선택이며, 그 선택은 아직 오지 않은 가능성에 참여하는 것이다.“
불확정성이 확장되는 환경에서, 모든 존재는 이미 관계 안에 존재하며 되어감의 관계를 통해 드러난다. 존재는 고정되거나 분리된 실체가 아니라 되어감과 재편의 과정에 있다. 이러한 동시대 존재론적 관점을 바탕으로, 오혜숙 작가는 달항아리를 중심으로 『Pilgrim • Baekja』 연작을 통해 한국 백자의 전통을 동시대의 회화적 실천으로 재해석한다. 달항아리의 조형적 구조는 이러한 존재 구조를 품고 있는 모형이다.
이 조형적 구조는 불확정성 속에서 서로 다른 관계가 만나고 변화하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흔적과 변형은 존재의 새로운 양상을 열어간다.
큰 달항아리는 큰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두 개의 반구를 접합하는 업다지 기법으로 제작된다. 건조 과정에서 수축과 미세한 틀어짐이 발생하며, 이를 다시 깎아내는 과정을 거쳐 비정형의 형상을 이룬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형성되는 접합의 흔적과 비정형, 불균형은 완결된 형태를 향한 결함이 아니라 존재의 이어짐과 되어감을 드러내는 생성의 원리이다. 이 생성 원리는 이후 화면 위에서 ‘결’ 의 회화적 언어로 구현된다.
결은 존재를 매개하는 회화적 언어이자 매체이다. 한국어 결을 존재론적으로 바탕, 틈, 시간의 세 층위로 재구성한다. 바탕은 존재의 잠재성을, 틈은 잠재된 상태가 드러나는 전이의 장을, 시간은 비선형적 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결은 존재의 상태가 축적되고 다시 존재의 바탕이 되는 비선형 시공간의 회로 구조 안에서 구현된다.
틈은 화면에서 상흔과 반점, 보수의 흔적, 중첩과 불균형을 품으며 작동한다. 수정되어야 할 결함으로 보이는 '오류가 아닌 오류'는 잠재된 상태를 드러내는 새로운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화면에 축적되는 흔적은 결핍이 아니라 존재를 재편하는 계기로 작동한다.
작업에서 회화가 포착하는 것은 존재의 잠재된 상태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작업은 완성된 대상이 아니라 조우와 응답을 통해 존재의 상태가 드러나고 재편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그 순간은 존재의 상태가 다시 존재의 바탕을 이루는 전환의 지점이다. 작업은 이 되어감의 순간을 천착하여 회화적으로 시각화한다.
화면 위에 드러나는 형상은 존재의 재현이 아니라 조우와 응답을 통해 존재가 드러나는 되어감의 사건이다. 작품과 마주한다는 것은 되어감의 문턱에 서는 일이다. Pilgrim • Baekja 는 조우와 응답의 회로 안에 이미 놓여 있는 동시대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현재에 대한 하나의 응답은 아직 오지 않은 가능성을 열고, 그 응답은 다시 새로운 조우로 이어진다. 이러한 이어짐 속에서 존재의 상태는 드러나고 재편되며, 공존의 가능성이 열린다.
현재에 응답하는 것은 하나의 선택이며, 그 선택은 아직 오지 않은 가능성에 참여하는 것이다.
Pilgrim • Baekja 는 존재의 되어감이 비선형 시공간 회로로 작동하는 회화적 실천이다. 작업은 달항아리의 전통적 조형 구조를 동시대의 매체와 존재 조건에 비추어 재해석하고, 이를 새로운 회화적 구조로 전환한다. 공존은 결과가 아니라, 조우에 응답하는 선택과 참여를 통해 이어짐을 확장해가는 가능성이다. 불확정성이 확장되는 환경에서, Pilgrim • Baekja는 공존을 향해 끊임없이 이어지고 확장되는 되어감의 과정에 대한 탐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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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grim • Baekja 는 조우와 응답의 회로 안에 이미 놓여 있는 동시대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현재에 대한 하나의 응답은 아직 오지 않은 가능성을 열고, 그 응답은 다시 새로운 조우로 이어진다. 이러한 이어짐 속에서 존재의 상태는 드러나고 재편되며, 공존의 가능성이 열린다.”
—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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